AI 용서 영상 재생 후 판사 양형 파기

미국 애리조나주 항소법원이 10월 1일, 과실치사 사건의 형량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렸다. 원심 양형 심리에서 재생된 AI 생성 영상이 판결을 '근본적으로 불공정하게'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영상 속에서는 피해자 '본인'이 등장해 가해자를 용서했다고 말했다.

피고인 가브리엘 폴 호르카시타스(54)는 2021년 11월 13일 보복운전 충돌 중 37세 크리스토퍼 펠키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그는 과실치사와 위험행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마리코파 카운티 고등법원의 토드 랭 판사는 해당 혐의의 최고형인 10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법원은 이번에 유죄 판결 자체는 그대로 두고 형량만 파기해, 사건을 재양형을 위해 돌려보냈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 영상

이 영상은 펠키의 누나 스테이시 웨일스가 남편과 함께 만들었다. 생전 펠키의 사진과 영상, 글을 바탕으로 이미지 생성, 음성 복제, 생성형 스크립트 도구를 결합해 '말하는 펠키'를 만들어, 2025년 봄 양형 심리에서 피해자 영향 진술로 재생했다. 영상 속 '펠키'는 가해자에 대한 용서를 표현했다.

이 영상은 당시 미국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랭 판사가 법정에서 보인 반응은 이후 항소의 핵심 근거가 됐다. 그는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 loved that AI."

그는 또 이 영상을 '진심이 담겼다'고 평가하며, 거기서 펠키의 '분명한 용서'를 봤다고 말했고, 영상이 펠키의 인품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항소법원의 판단

합의부의 판단은 한 지점으로 모인다. 영상이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뒤섞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유가족이 고인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로, 이는 원래 피해자 영향 진술에서 표현이 허용되는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 본인이 실제로 한 말로, 이는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 필요하다. AI 영상은 누나가 상상으로 구성한 펠키를 직접 말하게 만들어, 법정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상상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했다.

판결문은 이 영상을 '피해자 누나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피해자의 모습과 그 생각'이라고 표현했다. 합의부는 또 원심 판사가 법정에서 직접 남긴 발언을 통해 영상이 실제로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봤다. 다만 그 영향의 구체적인 정도까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The sentencing judge was prejudiced by the AI video, which made his decision fundamentally unfair."

쉽게 간과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영상의 내용은 용서였고, 상식적으로는 피고인에게 유리해야 했지만, 결국 항소한 쪽은 피고인 측이었고, 판사는 하필 최고형을 선고했다. 변호인 측의 전체 항소 이유는 공개된 보도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사건이 아직 심리 중이라는 이유로 언급을 거부했고, 펠키 가족 측 변호사는 언론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중국이라면 어떻게 다룰까

중국의 법률 체계에서 '피해자 진술'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증거의 한 종류로, 피해자 본인이 직접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 가족이 의견을 밝힐 수는 있지만, 미국처럼 양형 단계에서 영상 자료를 재생하는 관행은 없다. AI로 고인을 '말하게' 하는 방식은 현행 절차 안에서 들어갈 자리가 없다.

또 하나는 표시 의무다. 2025년 9월 1일부터 시행된 '인공지능 생성·합성 콘텐츠 표시 방법'은 AI가 생성한 음성·영상에 명시적 또는 암묵적 표시를 붙이도록 요구한다. 이 사건의 영상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지 않았고, 판사도 그것이 AI로 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알고도 거기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데 있다. 표시 제도가 해결하는 것은 'AI인지 아닌지'이고, 'AI가 전한 말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둘지'까지는 다루지 못한다.

디지털 휴먼이나 AI 추모 영상을 만드는 중국 기업들에게 이 판례는 하나의 참고점이 된다. 같은 기술이라도 추모 행사에서 쓰이면 감정을 담은 제품이지만, 어떤 판단이 내려지는 자리에서 쓰이면 판단을 흐리는 자료로 간주될 수 있다. 재양형이 언제 이뤄질지, 판사가 이 영상을 다시 보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 출처: NBC News, CocoLoop, KBTX, Fox 10 Phoenix. 애리조나주 항소법원 판결의 요점, 원심의 10년 6개월 형량, 판사의 법정 발언은 여러 보도를 대조해 확인했다. 표시 방법 관련 내용은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공표한 조문을 기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