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 달러짜리 정부 계약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내부에 갈등을 불러왔다.
Ars Technica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9월 25일 코네티컷주 업체 Radeco에 계약을 발주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개조형 스팟 4대를 공급하도록 했다. Radeco는 개조한 스팟을 Cerberus라는 플랫폼 이름으로 판매한다. 산소 센서, 30배 줌 카메라, 360도 카메라,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달고 로봇 팔도 선택할 수 있으며,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계약서에 나온 용도는 방사선, 유독가스 누출, 폭발 위협 탐지이고, 불법 국경 간 터널 단속 작전 지원도 언급돼 있다.
300명 넘는 서명
보스턴 글로브와 WBUR는 경영진에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직원 청원서를 입수했다. 청원에는 300명 넘는 직원이 서명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익명이다. 회사 전체 직원이 약 1,400명이므로 서명자는 20% 정도다.
청원의 논거는 회사 자신의 이익에 무게를 둔다.
“The risk for Boston Dynamics is simply too great to continue with this deal.”
(이 거래를 계속하기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떠안을 위험이 너무 크다.)
청원자들은 채용에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이번 결정이 구직자에게 회사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다.
경영진의 입장
경영진은 양보하지 않았다. 회사 대변인은 스팟을 “사람을 위험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도구”라고 불렀다. 전 임시 CEO Amanda McMaster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결정이 “지능형 기계를 윤리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인류에 기여한다”는 회사 사명에 부합한다고 썼고, 동의하지 않더라도 “존중하고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주로 기술 지원을 맡고, 실제 고객은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다. 판매 약관은 “사람이나 동물을 의도적으로 해치거나 위협하는 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회사는 오남용이 확인되면 보증 취소, 라이선스 종료 등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약관을 위반한 고객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주장은 현재로서는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고, 납품 이후 로봇의 사용 기록을 확인할 공개 경로도 없다.
흩어진 점을 이어 보면
스팟이 법 집행 논란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뉴욕경찰국(NYPD)이 임대한 스팟(현지 언론은 ‘디지독’이라 불렀다)은 여론 압박 속에 예정보다 일찍 반납됐다. 2022년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동종 업체 몇 곳과 함께 범용 이동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고 타인의 무기화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개서한을 주도해 발표했다. 이번에 회사가 “로봇은 무기화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 서한이 그은 선에 기대고 있다. 무기를 장착하느냐만 따질 뿐, 누구에게 넘기느냐는 따지지 않는 선이다.
소유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했다. 2025년 9월 4일에는 ICE와 HSI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구금했고, 대부분이 한국 국적 노동자였다. 브레넌 센터에 따르면 HSI는 트럼프 1기에 추방과 사업장 단속에 크게 관여했고, 2기에는 수천 명의 수사관을 이민 단속으로 돌렸다. 모회사의 공사 현장을 급습한 바로 그 집행 기관이 이제 자회사 로봇의 구매자가 된 셈이다.
회사의 사업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첨단 로봇·AI 시설을 짓는 데 1억 달러를 투자해 2033년까지 일자리 1,250개를 늘릴 계획이고,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 “수천 대”의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를 배치할 방침이다. 이런 숫자 옆에서 스팟 4대, 130만 달러는 작은 규모이고, 직원들이 다투는 것은 주로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청원 서명이 더 늘어날지, 경영진이 약관에 용도 제한을 추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후속 소식이 없다.
참고 출처: Ars Technica, 보스턴 글로브, CocoLoop, WBUR. 계약 금액과 로봇 대수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계약 정보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