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8월 25일 X(옛 트위터)에서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했다. 스페이스X와 엔비디아가 공동 설계한 우주 최적화 버전 Vera Rubin NVL72는 2027년 4분기 궤도에 발사되며, 2028년부터 대규모 배치가 시작된다.
이 시스템의 지상용 사양은 엔비디아가 이미 공개한 바 있다. Rubin GPU 72개, Vera CPU 36개를 탑재하고 ConnectX-9 슈퍼NIC와 BlueField-4 DPU를 결합했으며, 컴퓨트 트레이 18개와 NVLink 스위치 트레이 9개로 구성된다. 랙 전체 무게는 약 1800킬로그램, 랙당 전력 소비량은 120킬로와트로, 새로 설계된 액체 냉각 방식으로 열을 제어한다.
1800킬로그램은 쉽지만, 120킬로와트는 어렵다
먼저 숫자를 따져보자. 팰컨9의 지구 저궤도 운송 능력은 22800킬로그램, 페어링 내부는 높이 13.1미터, 지름 5.2미터다. 무게와 부피만 보면 NVL72 랙 한 대는 여유 있게 들어간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첫째는 전력이다. 스페이스X는 이 위성에 탑재할 태양전지 어레이의 정격 출력을 210킬로와트로 밝혔는데, 120킬로와트 부하를 감당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다만 궤도상의 태양전지판은 그늘 구간을 지나며 출력이 일정하지 않고, 여유분을 얼마나 두는지, 에너지 저장 장치가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는 방열이다. 지상에서는 액체 냉각이 열을 냉각수로 옮기고 이를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주에는 대류도 없고 이용 가능한 열원도 없어 액체 라디에이터로 열을 방사하는 방법뿐이다. 스페이스X는 액체 라디에이터를 사용한다고 언급했지만, 라디에이터 면적, 작동 온도, 단위 면적당 방열 능력 같은 수치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궤도 고도, 방사선 차폐 방식, 정확한 발사 시기도 마찬가지로 공백이다.
"어떤 칩이든 꽂을 수 있다"에서 "엔비디아 전용"으로
스페이스X가 6월 AI1 위성 설계를 공개했을 때 내세운 장점 중 하나는 컴퓨트 모듈을 교체할 수 있어 특정 칩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시 테슬라와 함께 자체 칩 Terafab을 개발 중이었고, 선택지를 열어두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두 달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8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못을 박았다.
"Going forward, we've decided to build exclusively on Nvidia, because we think the Vera Rubin architecture is the best architecture. We're exclusive to Nvidia."
"앞으로 우리는 엔비디아만을 기반으로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Vera Rubin 아키텍처가 최고의 아키텍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엔비디아에 대해 독점적이다."
이번에 공개된 스타마인드 1세대 위성도 이 최적화 NVL72를 사용한다. 엔비디아 측은 Vera CPU를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코드 실행,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부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부사장 이안 벅은 "AI 에이전트에게 실시간으로 행동할 수 있는 CPU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 AI 사장 마이크 니콜스는 Vera의 메모리 대역폭이 대량의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궤도 데이터센터 경쟁은 이미 포화 상태
엔비디아는 3월 GTC에서 Space-1 Vera Rubin 모듈을 공개하며 우주용 추론 성능이 H100의 25배에 달한다고 주장했고, 당시 액시엄 스페이스, 케플러 커뮤니케이션스, 플래닛랩스, 스타클라우드 등 6개 파트너를 명시했다. 구글의 프로젝트 선캐처는 2027년 첫 TPU 시험위성을 발사할 계획으로, 5월 기준 스페이스X와 발사 서비스를 협의 중이었다. 메타는 기가와트급 궤도 태양광 발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계획이 2027년 전후로 몰려 있어, 데이터센터급 시스템을 누가 먼저 가동시키는지는 순전히 실행력에 달려 있다. 머스크의 과거 이력은 그다지 안심할 만하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그의 공개 공약 602건을 분석한 결과 제때 이행된 것은 19%에 불과했고, 35%는 몇 년씩 지연되거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대략 계산해보면, 스타마인드 1세대가 연간 10기씩 발사되더라도 2028년 궤도상 연산력은 지상 중간 규모 클러스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궤도 데이터센터는 단기간에 연산력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다. 진짜 검증하려는 것은 다른 문제다. 120킬로와트급 액체 냉각 랙을 진공 속으로 옮기는 일이 공학적으로 성립하는지 여부다.
참고 출처: The Register, 스페이스X AI 실적 발표 기록, CocoLoop, 엔비디아 GTC 공개 자료. NVL72의 GPU/CPU 수, 랙 무게, 120킬로와트 전력 소비량은 엔비디아 사양을 기준으로 확인했으며, 팰컨9의 운송 능력과 페어링 크기는 스페이스X 공개 파라미터를 기준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