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월 2일 제802호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가 공간과 연산 능력의 10%를 확보해 두도록 했다. 언제 징발할지는 정부가 새로 만드는 소위원회가 결정한다. 이 명령은 공포와 동시에 발효됐으며, 사업자에게는 확보를 마칠 시간이 10일 주어진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그 산하 기업과 기관은 대상에서 빠진다.
확보한다고 해서 비워 두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언론 여러 곳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 부분은 평상시에는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계속 쓸 수 있다. 다만 소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면 사업자는 24시간 안에 지정된 러시아 정보 자원에 넘겨야 한다. 무상으로 징발하는 것도, 시장 가격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요금 상한은 소위원회가 정하며, 구체적인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명령에는 또 다른 문도 열려 있다. 러시아 밖의 연산 능력을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다. 조건은 소위원회의 결정과 연방보안국(FSB)과의 협의를 통한 합의다. 한편 디지털발전부는 전국 데이터센터의 유휴 면적과 연산 능력을 파악한 뒤, 신뢰성과 무중단 운영에 관한 필수 요건을 정하게 된다.
10월의 공습과 8월의 명령
최근 석 달 동안의 일을 순서대로 놓아 보면 이 명령이 나온 배경이 비교적 분명해진다.
- 8월 24일: 푸틴 대통령이 핵심 기반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제604호령에 서명했다. 상업용과 부처용 데이터센터도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 시설을 지키거나 복구하지 못한 기업의 재산은 임시로 국가 관리 아래 놓일 수 있다.
- 10월 8일, 9일, 11일: 사소보, 칼루가, 블라디미르에 있는 Yandex 데이터센터가 드론 공격을 받아 일부 서비스와 러시아어 웹 자원이 중단됐다.
- 10월 14일: 사라토프주 발라코보에 있는 Sber 데이터센터가 공격을 받았다. 회사는 시스템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샤다예프 디지털발전부 장관은 Yandex가 핵심 시스템을 옮길 예비 부지를 찾는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 10월 18일: 레닌그라드주에 있는 VK 데이터센터가 공격을 받았다.
- 11월 2일: 제802호령이 공포됐다.
러시아 언론은 같은 시기 디지털발전부가 핵심 데이터센터를 지하에 짓도록 권고했다고 전했다. 목적은 "공중에서 발견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러시아 통신사 로스텔레콤(Rostelecom)이 이미 착수했으며, 전문가들은 건설 비용이 30~40% 더 든다고 추산한다. 지하화에는 수년이 걸리므로, 10% 확보가 당장은 더 빠른 방법이다.
해외 조항과 데이터 현지화의 충돌
러시아 현행법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서비스가 국내 데이터베이스를 쓰도록 요구한다.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Ozon과 Wildberries가 속한 전자상거래 협회는 앞서 피해를 입은 서비스가 핵심 시스템을 해외 데이터센터에 둘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명령은 근거로 "일부 외국의 비우호적 행위"에 대응한다는 점을 들었고, 해외 연산 능력은 임시로만 쓸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임시"가 얼마나 되는지, 어느 나라가 선택지가 될 수 있는지, 개인정보 현지화 요건도 함께 완화되는지는 지금까지의 보도에 나와 있지 않다.
대형 AI 모델은 "가장 중요한 자원"에 들어가는가
공격을 받은 세 곳 가운데 Yandex와 Sber는 각각 YandexGPT와 GigaChat을 보유한 러시아 대형 언어 모델의 주요 업체이기도 하다. 공개된 전언에서 징발 대상은 "러시아 정보 자원"이라고만 되어 있고, 범용 연산 능력과 GPU 클러스터를 구분하지 않았다. 모델 추론과 학습 작업이 어느 순위에 놓이는지도 언급이 없다.
민간 사업자의 어려움은 확보해 둔 부분에서 평소에도 고객 업무가 돌아간다는 점이다. 결정이 내려지면 하루 안에 이 부분을 비워야 하는데, 기존 고객과의 계약을 어떻게 처리하고 보상은 누가 부담하는지는 전언에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소위원회의 운영 규정과 의사결정 절차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세부 규정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자가 확실히 아는 것은 10%와 24시간뿐이다.
참고 출처: 로이터, RBC, CocoLoop, Novaya Gazeta, Expert, vc.ru. 대통령령 조항은 위 매체의 전언을 따랐고, 공격 상황은 러시아 언론 보도와 관련 기업의 설명에 근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