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AI 설계 신약 27.5억 달러에 인수…인실리코 메디슨과 계약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2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표면적인 숫자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릴리가 새로운 AI 서버를 구매한 것도, 엔비디아(NVIDIA)와 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 릴리가 산 것은 인실리코가 AI를 이용해 설계한 약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무엇을 사는가

계약 구조는 다음과 같다. 선급금 1억 5000만 달러, 나머지 약 6억 달러는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분할 지급되며, 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추가된다.

릴리는 인실리코의 경구용 저분자 약물 후보군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개발, 제조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여러 치료 영역에 걸쳐 있지만, 구체적인 타깃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정보에 따르면 여기에는 GLP-1 후보 약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릴리의 주력 제품인 마운자로(Mounjaro, 티르제파티드)의 핵심 영역이다.

이것은 도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약을 사는 것이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대형 제약사와 AI 기업 간의 협력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패턴이었다. "내가 돈을 낼 테니, 가상 스크리닝을 돌려주고 타깃 발굴을 가속화해 달라." AI는 도구였고, 약은 여전히 인간이 설계했다.

인실리코가 릴리에 판매하는 것은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 분자다. 타깃은 AI가 식별하고, 분자 구조는 AI가 생성하며, 임상 성과는 AI가 예측한다. 릴리의 역할은 이 약물 후보들을 임상 시험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인실리코 플랫폼의 작동 방식

인실리코 메디슨은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CEO는 알렉스 자보론코프(Alex Zhavoronkov)다. 핵심 제품은 엔드투엔드 AI 신약 발견 플랫폼인 파마닷에이아이(Pharma.AI)로, 세 가지 모듈로 구성된다.

모듈기능
판다오믹스(PandaOmics)질병 타깃 식별
케미스트리42(Chemistry42)AI 기반 신규 분자 구조 생성
인클리니코(inClinico)임상 시험 결과 예측

전체 프로세스는 AI가 전담한다. 질병의 핵심 타깃이 무엇인지부터 그 분자가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까지 모든 것을 모델이 수행한다.

현재까지 인실리코는 이 플랫폼을 사용해 28개의 약물 후보를 설계했으며, 그중 거의 절반이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ISM001-055다. 이 약물은 AI가 완전히 발견하고 설계해 임상 2상에 진입한 세계 최초의 약물이다. 타깃 발견부터 임상 후보 확인까지 단 18개월이 걸렸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보통 4~6년이 소요된다.

릴리가 이 계약을 체결한 이유

릴리는 현재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제약사 중 하나이지만, GLP-1의 특허 기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차세대 제품이 필요하다.

인실리코의 AI 플랫폼은 이론적으로 다양한 후보 분자, 특히 경구용 저분자를 신속하게 대량 생성할 수 있다. 이 중 하나가 릴리의 GLP-1 후속 파이프라인에 포함된다면, 그 가치는 27억 5000만 달러의 마일스톤 총액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자보론코프는 릴리가 이들 약물 후보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는 예의상 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사 질환 분야에서 릴리의 임상 개발 능력은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거래의 업계 의미

제약 업계는 10년 동안 AI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AI를 연구개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수준에서 멈춰 있었다.

이번이 다른 점은 최고 수준의 제약사가 AI가 설계한 분자에 진짜 돈을 걸고, 상업화 권리까지 베팅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릴리는 엔비디아와 AI 컴퓨팅 협력을 체결했지만, 그것은 인프라였다. 이번 인실리코 계약은 AI를 연구 도구가 아닌 신약의 원천으로 취급한다.

그 차이는 더 빠른 현미경을 사는 것과 현미경으로 발견한 것을 직접 사는 것의 차이와 같다.

릴리가 이 약물 후보들을 3상 임상 시험까지 진행하고 시장에 출시하는 데 성공하고, 인실리코가 전체 마일스톤 지급액을 받게 된다면, 이번 거래는 제약 업계의 AI 신약 가치 평가 논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점

약물 후보가 진정으로 성공하는 것은 임상 시험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1억 5000만 달러는 릴리가 이미 지불한 금액이며, 나머지 6억 달러는 후보 약물이 각 관문을 하나씩 통과해야 지급된다.

인실리코의 첫 번째 스타 약물 ISM001-055의 2상 임상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AI 신약 발견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가 다시 의심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릴리가 이 시점에서 이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출처: Eli Lilly reaches $2.75 billion deal with Insilico to bring AI-developed drugs to the global market (CNBC); AI drug developer Insilico Medicine and Lilly ink commercialization deal worth up to $2.75 billion (STAT News); Insilico Shares Surge on AI Drug Development Deal with Eli Lilly (Bloomberg); CocoLoop, Lilly's AI commitment expands through deal with Insilico (BioPharma D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