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i를 운영하는 문샷AI가 이번 주 홍콩거래소(HKEX)에 비공개 형식으로 A1 서류를 제출하며 홍콩 상장을 공식 일정에 올렸다. 회사 측은 대외적으로 “시장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류를 제출한 것과 같은 시점에 회사는 프리머니 평가액 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도 협상 중이며, 여러 관계자는 이번 라운드가 상장 전 마지막 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공개 상장 신청은 홍콩거래소가 허용하는 절차로, A1 서류는 웹에 게시되지 않고 외부에서는 투자은행과 투자자를 통해서만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발행사에 여지를 남겨준다. 시장 분위기가 나쁘면 신청을 보류해두고, 타이밍이 맞으면 곧바로 공개 심리로 넘어갈 수 있다. 8월 초 문샷AI는 상장 신청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바 있는데,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실제로 절차를 마쳤다.
한 달 남짓 만에 평가액 150억 달러 상승
문샷AI는 올해 7월 35억 달러 이상 규모의 F라운드를 마무리했고, 포스트머니 평가액은 3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라운드는 애초 목표치의 3배 넘게 청약이 몰려 예정보다 일찍 마감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25년 말 당시 평가액은 43억 달러 안팎이었다. 반년 남짓 만에 평가액이 약 8배로 뛴 셈이다. 이번에 제시된 500억 달러는 프리머니 기준이며, 신규 자금이 들어오면 장부상 평가액은 더 높아진다.
이 상승 곡선을 뒷받침하는 것은 출시 속도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Kimi는 K2.5, K2.6, K3를 연이어 내놓으며 대략 3개월에 한 세대꼴로 업그레이드했다. K3 출시 이후 회사는 연환산 반복매출(ARR) 3억 달러를 공개했다. 벤치마크 성적은 고르지 않다. K3는 파라미터 수를 2조 8000억 개까지 늘렸지만, 사이버 공격·방어 같은 전문 분야 테스트에서는 뒤처졌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순위 변동이 절대 점수보다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인데, 상장 이후에는 분기마다 애널리스트들이 최신 벤치마크 결과를 물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매출 3억 달러 대 평가액 500억 달러
단순 계산으로 연환산 반복매출 3억 달러 대비 프리머니 평가액 500억 달러는 매출 대비 시가총액(PSR) 배수로 약 160배에 해당한다. 성숙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 설명이 안 되는 배수지만, 현재 중국 대형언어모델 기업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 업계 기업들의 가치 산정 기준은 매출이 아니라 컴퓨팅 자원 보유량, 모델 순위, 수주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매출 구조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문샷AI가 그동안 협상 카드로 삼아온 것 중 하나가 클라우드 업체들에 Kimi K3 API 호출에 대한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최대 30%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계약이 체결되면 매출은 API와 구독료에만 그치지 않고, 클라우드 측 배분 수익이 성장 곡선의 기울기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 곡선에 홍콩 투자자들이 기꺼이 값을 치를지가 이번 상장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조달 자금의 용처는 이미 뚜렷한데, 대부분 컴퓨팅 자원과 전력비로 들어갈 예정이다.
먼저 줄 선 기업들은 이미 재미를 봤다
올 한 해 홍콩 시장은 AI 기업들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미니맥스는 상장 이후 주가가 470% 넘게 올랐고, 즈푸AI는 570% 상승했으며 거래량도 줄지 않았다. 이런 부의 효과는 앞선 단계로도 전이된다. 기존 주주들은 평가액이 더 오른다면 상장을 늦추는 데 기꺼이 동의하고, 프리IPO 라운드에 추가 자금을 넣는 데도 적극적이다. 문샷AI의 주주 명단을 보면 메이퇀(美团)과 텐센트가 전략적 투자자로, IDG캐피털·HSG(옛 세쿼이아차이나)·전펀드(真格)가 재무적 투자자로, 그리고 차이나모바일과 베이징시 인공지능산업투자기금이 국유자본을 대표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조합이야말로 홍콩 주관사들이 선호하는 구조다.
줄 뒤에는 아직 대기 중인 곳도 있다. 시장에서는 딥시크가 내년 상반기 상장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딥시크 역시 홍콩을 택한다면 두 회사의 공모 일정이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먼저 신청한 쪽이 대체로 더 여유 있는 가격 협상 여지를 확보한다. 이런 줄서기는 중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앤스로픽은 이미 상장 신청을 제출했고, 오픈AI도 비공개로 S-1을 제출한 상태로, 두 회사 모두 2027년 전후를 상장 시점으로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모델 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공개 시장으로 몰려드는 배경에는 하나의 공통된 사정이 있다. 비상장 시장에서 한 건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정점에 달한 반면, 컴퓨팅 자원에 대한 지출은 여전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비공개 신청 이후에도 갈 길은 멀다. 심리, 로드쇼, 북빌딩까지 어느 단계에서든 시장 분위기에 따라 멈춰 설 수 있다. 문샷AI의 일정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신규 투자 유치가 언제 마무리되느냐다. 그 자금이 들어오면 상장을 서두를 필요성은 한 단계 낮아지고, 협상이 틀어지면 홍콩 상장이라는 길을 더 서둘러 가야 한다.
참고 출처: 21세기경제보도, 홍콩01, CocoLoop, IT즈자. 평가액·조달 금액·주주 명단은 각 매체의 공개 보도를 대조해 확인했으며, 매출 대비 시가총액 배수는 연환산 반복매출 3억 달러를 기준으로 한 단순 추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