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오라클서 AI 칩 10만 개 5년 임대

텐센트가 오라클과 5년 임대 계약을 맺고 최신 AI 칩 약 10만 개를 빌리기로 했다. 계약 총액은 약 70억 달러 규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월 1일 이 소식을 처음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이 후속 보도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텐센트가 해외에서 맺은 임대 계약 중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로, 연산 자원은 오라클이 동남아시아에 보유한 여러 데이터센터에 배치되며 계약금의 약 30%를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

보도는 이 칩이 중국 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최신 엔비디아 제품이라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모델명이나 데이터센터별 배분, 공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텐센트와 오라클 모두 계약 조건을 공식 채널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아래 수치는 모두 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

살 수 없으니 빌린다

현재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 기업이 가장 앞선 AI 칩을 직접 구매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연산 자원을 빌리는 행위는 이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칩은 항상 해외 시설에 머물러 있고, 텐센트가 얻는 것은 사용권일 뿐 하드웨어 자체가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방식은 이미 다른 중국 기업들도 활용해왔지만 대체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10만 개 규모를 5년간 고정하고 30%를 선불로 내는 이번 계약은 해외 연산 임대를 보조적인 수단에서 훈련의 주력 자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보도에 따르면 목적은 텐센트의 AI 모델과 에이전트 도구 개발 속도를 높여 중국 내 다른 주요 모델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응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이런 구조가 자주 자리 잡는 지역이다. 중국 국내 네트워크와 가깝고 전력과 토지 여건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미국 클라우드 업체가 운영하며, 미국 규제 당국 대응은 임대를 제공하는 쪽이 맡는다.

단가를 대략 계산해보면

보도된 총액을 칩 수량으로 나눠보면 대략적인 수치가 나온다. 70억 달러를 10만 개로 나누면 칩 한 개당 5년치 임대료는 약 7만 달러, 연간으로는 약 1만 4000달러다. 연간 8760시간을 전부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단가는 약 1.6달러가 된다.

이 단가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네트워크, 운영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어 칩 자체의 판매 가격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보통 장기 계약은 수시 임대보다 저렴하지만, 이번 계약에 어느 정도 할인이 적용됐는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선불 금액은 30%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21억 달러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5년 계약 초기에 한꺼번에 지출하는 현금이고, 오라클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건설 자금을 먼저 확보하는 셈이다.

오라클의 대형 고객 명단

오라클의 최근 성장은 주로 클라우드 인프라 수주에 힘입은 것으로, 앞서 오픈AI와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연산 자원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와 비교하면 텐센트의 70억 달러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고객의 성격은 특이하다. 수출 통제 대상인 중국 기업이 미국 규정이 남겨둔 틈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도가 다루지 않았다. 미국 측은 그동안 해외 클라우드 임대를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여러 차례 논의한 바 있다. 규정이 바뀌면 이미 지급한 선불금과 아직 공급되지 않은 연산 자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계약 조항에 달려 있지만, 그 내용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거래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공식 입장도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 내 경쟁사들이 가진 선택지

중국 대형 모델 기업들이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보유 중인 엔비디아 칩 재고를 쓰거나, 국산 가속 카드로 전환하거나, 해외에서 임대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각각 한계가 있다. 보유 칩은 쓸수록 노후화되고, 국산 카드는 소프트웨어 스택과 클러스터 규모 면에서 아직 따라가는 중이다.

텐센트는 이번에 세 번째 방법을 10만 개 규모까지 끌어올렸다. 마찬가지로 대형 모델을 훈련 중인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해외 임대 규모의 상한선이 사실상 새로 설정된 셈이어서, 뒤따르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대가도 분명하다. 연산 자원이 남의 데이터센터, 다른 나라의 법 아래 놓이는 만큼 5년치 정책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다. 텐센트의 훈위안(混元, Hunyuan) 모델 시리즈의 훈련 속도가 실제로 빨라질지는 텐센트가 다음 모델을 내놓고 사양과 벤치마크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

참고 출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통신, CocoLoop. 칩 수량, 계약 금액, 임대 기간, 선불 비율은 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했으며, 개당·시간당 비용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한 대략적인 추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