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최근 제출한 법원 문서에서 ChatGPT를 애플의 Siri와 Apple Intelligence에 통합했지만 신규 사용자 유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문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현재는 SpaceX에 합병)가 2025년 8월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 텍사스 북부지방법원에서 마크 피트먼 판사가 심리를 맡고 있다.
문서에 담긴 타임라인은 구체적이다. ChatGPT는 2024년 12월 iOS 업데이트와 함께 Siri에 통합됐지만 기능은 기본값이 꺼짐 상태였고, 사용자가 직접 여러 설정 단계를 거쳐야 활성화할 수 있었다. 도입 약 한 달 후 OpenAI의 내부 평가는 "출발이 더디다(off to a slow start)"였고, 이 채널을 통한 신규 주간 활성 로그인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xAI가 제소할 무렵에는 문서의 표현이 더 강해졌다.
"애플의 ChatGPT 통합이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는 것은 명확했다."
스스로 약점을 밝힌 것은 상대 주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기업이 법정에서 자사 제휴가 부진했다고 자진해서 밝히는 것은 소송 전략에서 나온 판단이다. xAI 측 주장은 애플과 OpenAI가 손잡고 시장을 잠그면서 ChatGPT에 아이폰 독점 입구를 내주고 App Store 순위에서도 우대해 Grok 같은 경쟁 제품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OpenAI의 반박은 두 갈래다. 첫째, 계약 자체가 "비독점(non-exclusive)"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애플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제품·서비스를 통합할 권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9to5Mac이 정리한 문서 내용에 따르면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총괄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당시 향후 구글 Gemini를 통합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둘째, 설령 배타성이 있었다 해도 이 통합 자체가 사용자 유입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으니 xAI가 그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OpenAI는 재판에 앞서 약식 판결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MacRumors에 따르면 이 사건은 원래 2027년 1월 재판이 예정돼 있었다. 문서 공개본에는 두 부분이 가려져 있다. 하나는 OpenAI가 고용한 전문가가 산출한 "시장 봉쇄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2026년 3월 애플과 OpenAI 간의 특정 대화 내용이다. 두 부분 모두 현재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을 상대로 한 청구는 이미 철회됐다
이 소송 중 애플을 겨냥한 청구는 9월 14일 원고 측이 스스로 철회했고 법원도 이를 기각했다. OpenAI에 대한 청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피고석에는 OpenAI만 남아 있으며, 스스로 "제휴가 부진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꺼내 든 셈이다. 이는 애플이 감당했을 부담보다 OpenAI에게 훨씬 작은 대가다.
애플은 이 문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2년간 두 회사 관계는 어떻게 흘러왔나
그동안의 흐름을 이어보면 이번 문서는 가장 이른 시기의 공백을 메워준다.
두 회사의 제휴는 2024년 6월 WWDC에서 발표됐고, 당시에는 OpenAI가 아이폰이라는 배포망을 확보한 이정표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올해 5월에는 이 제휴가 기대했던 구독 매출을 내지 못하자 OpenAI가 외부 로펌을 고용해 애플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1월 애플은 구글과 손잡고 Gemini로 Siri를 재구축하기로 했고, 7월에는 애플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OpenAI를 제소하며 OpenAI 하드웨어 팀으로 이직한 전 직원들을 겨냥했다.
이번 법원 문서는 "기대치를 밑돈다"는 내부 평가 시점을 2025년 초까지 앞당긴다. 즉 양사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1년도 더 전에, OpenAI 내부에서는 이미 이 채널의 수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기본값 꺼짐에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설계는 당시 애플의 신중한 개인정보 보호 태도로 해석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제 사용량을 눌러버렸다.
단말기 제조사와 사전 탑재 제휴를 논의 중인 국내 대형언어모델 업체들에게 이번 문서는 흔치 않은 사례를 제공한다. 시스템 레벨 통합이라도 기본값이 꺼져 있으면 일반 앱 아이콘 하나보다도 배포 효과가 훨씬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OpenAI가 제시한 주간 활성 사용자 수치가 공개본에서 가려져 있어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참고 출처: MacRumors, 9to5Mac, CocoLoop, AppleInsider, IT之家, Financial Times. OpenAI 법원 문서 공개본의 도입 시점, 계약상 '비독점' 조항, 가려진 부분을 대조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