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 개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첫 차량 출시 시점을 2029년 말로 미뤘다.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춰진 것이다. 그 사이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을 진행해 2028년 L2+와 L2++ 등급 시스템을 먼저 선보이고, 여기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트리아' 학습에 반영한다. 로이터통신이 9월 13일 이 조정 내용을 처음 보도했다.
센서 구성도 함께 확정됐다.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 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조합하고 초기 라인업에는 라이다를 넣지 않는다. 중국 시장 중상급 차종들이 최근 2년 사이 앞다퉈 라이다를 채택해온 흐름과 비교하면, 업계에서는 소수에 속하는 선택이다.
2027년에서 2029년으로
지금까지 나온 일정을 이어보면, 현대차는 원래 2027년 말 자체 개발 시스템을 처음 선보이고 자사 풀스택 방식으로 바로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었다. 이 시점을 정했을 당시 업계는 엔드투엔드 방식의 양산 난도를 다소 낙관적으로 봤다.
이번 조정은 출시를 두 단계로 나눴다. 2028년에는 엔비디아 하이페리온10 플랫폼으로 L2+, L2++를 제공하고, 자체 개발 시스템은 2029년 말에야 탑재된다. 그 사이 2년은 비어있는 시간이 아니다. 양산차가 매일 쌓는 실주행 데이터가 아트리아를 훈련시키는 연료가 된다.
출시 속도를 데이터 축적과 맞바꾼 선택이다. 현대차 임원진은 자율주행 일정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 밝히며, 단계적 접근으로 5년 안에 테슬라 FSD를 추월할 수 있다는 데 베팅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5년'이라는 기준에는 중간 점검 지점이 제시되지 않았고, 무엇을 '추월'로 볼지 판단 기준도 밝히지 않았다.
엔비디아와의 관계에 대해 현대차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엔비디아와 협력한다고 해서 우리의 운명을 전적으로 상대에게 맡기는 것은 아니다.
이 발언은 현대차가 단순 위탁생산 처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외부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완성차 업체가 인지와 판단 기능을 칩 공급사의 플랫폼에 맡기면 단기적으로는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영역에서 발언권을 잃을 수 있다. 현대차의 해법은 데이터를 자사가 직접 쥐고 있는 것이다.
라이다를 뺀 선택
센서 부문에서는 현대차 임원진이 이중화(중복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어느 한 센서에 고장이 나더라도 다른 부품이 차량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메라·밀리미터파 레이더·초음파 조합은 구조적으로는 이중화를 구현할 수 있지만, 야간이나 역광, 비·안개 같은 조건에서는 라이다 탑재 방식과 성능 상한이 같은 수준이 아니다.
현대차가 내세운 이유는 비용이다. 라이다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히 내려갔지만, 여러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며 연간 수백만 대를 판매하는 제품 라인에 적용할 경우, 대당 100달러의 원가 차이도 엄청난 대수에 곱해진다.
L3 등급 상용화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L2++와 L3를 가르는 것은 센서 개수가 아니라 책임 소재다. L3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은 완성차 업체가 진다. 이 선을 넘으려면 규제와 보험, 제품 성숙도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이번 발표는 이 경계는 건드리지 않았다.
업계 흐름 속에서 본 이번 결정
같은 시기 테슬라 FSD는 순수 비전 방식과 방대한 차량 데이터로 계속 개선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L2++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며 라이다와 도심 내비게이션 기능이 신차의 사실상 표준이 되고 있다. 현대차가 택한 길은 테슬라식 순수 비전도, 중국 업체식 하드웨어 물량 공세도 아니다. 우선 공급사 플랫폼으로 시장 지위를 지키고, 이후 데이터로 자체 개발의 격차를 메우는 방식에 가깝다.
이 전략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플랫폼 기반 L2++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아 탑재 대수가 충분히 늘어야 돌아오는 데이터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아트리아 팀이 2년 안에 모델을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뒤처지면 2029년이라는 목표 시점은 다시 밀릴 수 있다.
2028년 첫 엔비디아 방식 차량이 인도되는 시점의 탑재 대수와 실제 제어권 전환율, 이 두 수치가 가장 먼저 나오는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참고 출처: 로이터통신, CocoLoop,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 IT之家; 시점과 센서 구성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엔비디아의 공식 발표를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