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앤스로픽 블랙리스트, 연방법원 위법 판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의 리타 린 판사는 8월 27일,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 지정을 취소하는 59쪽 분량의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은 국방부의 의도가 앤스로픽의 '오만함'을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었을 뿐, 명시 가능한 안보상의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통상 적대국 기업에나 적용되는 조달상의 처벌로, 앤스로픽은 이 낙인이 공개적으로 찍힌 첫 번째 미국 기업이 됐다. 지정이 발효된 뒤 국방부와 거래하는 방위산업 계약업체들은 관련 업무에서 앤스로픽의 모델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3월, 앤스로픽은 이를 자사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물러서지 않은 두 개의 마지노선

갈등의 출발점은 모델을 어디에 쓸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국방부는 클로드를 가장 민감한 군사·정보 영역을 포함해 '모든 합법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반면 앤스로픽은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감시, 그리고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영역만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군을 위해 이 안전장치를 걷어내는 것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린 판사는 7월 30일 심리에서 이미 정부 측 입장이 '불편하다'며 '수정헌법 제1조와 상충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 달 뒤 나온 서면 판결은 이 입장을 결론으로 확정했다.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 정부에 상당한 사법적 재량이 인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국방부의 조치에는 명시 가능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impose sweeping penalties based principally on Anthropic's critique of the Administration's views."

(앤스로픽이 정부의 견해를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를 주된 근거로 삼아, 이처럼 광범위한 처벌을 가하는 것.)

이 판결은 또한 국방부의 처리 방식이 수정헌법 제5조가 규정한 적법 절차 조항을 위반했다고도 인정했다. 법원의 결론은 두 층으로 이뤄져 있다. 결정 자체가 잘못됐고, 그 결정을 만들어낸 절차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쓰이지 않던 조항이 처음으로 국내 기업을 겨눴다

이 처벌 수단 자체도 따로 짚어볼 만하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자주 원용되지 않는 정부 조달 관련 법률에서 비롯된 것으로, 최근 몇 년간 주로 특정 외국 업체를 연방 조달망에서 배제하는 데 쓰여 왔고 대상은 거의 예외 없이 해외 기업이었다. 올해 2월, 이 조항이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미국 정부 각 부처를 고객으로 둔 자국 기업을 겨냥해 발동됐다.

방위산업 계약업체 입장에서 지난 반 년간의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정이 발효되자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내부 툴체인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이미 업무 흐름에 내장돼 있던 모델을 교체하고, 발주처에 서면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런 전환은 통지 한 장으로 끝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보안 심사를 다시 받고 프롬프트를 다시 쓰고 평가를 다시 돌리는 과정까지 모두 포함해야 했다. 판결로 지정은 취소됐지만, 지난 반 년 동안 다른 곳으로 옮겨간 사용량이 저절로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낙인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앤스로픽의 입장 표명은 상당히 절제돼 있었다. 회사는 "정부와 생산적으로 협력해 AI를 국가안보에 활용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승소에 대해 더 말을 얹지 않았다. 국방부는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워싱턴 D.C.의 연방항소법원에는 국방부의 또 다른 지정 규정을 겨냥한, 범위가 더 좁은 별도 소송이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앤스로픽은 기술적으로 여전히 공급망 위험이라는 낙인을 달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미묘한 대목이기도 하다. 법적 결론은 이미 나왔지만, 행정적 효과가 실제로 반영되려면 다음 재판 일정을 기다려야 한다.

AI 거버넌스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번 사건이 갖는 참고 가치는 결론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경계선에 있다. 모델 기업이 '하지 않을 일'을 제품 약관에 명시하고 최대 고객 앞에서도 이를 양보하지 않을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말이다. 린 판사의 판결은 미국 법원이 내놓은 하나의 답일 뿐, 반드시 마지막 답은 아니다.

참고 출처: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지방법원 판결문, CNBC, CocoLoop, NPR, Axios. 판결문 쪽수, 담당 판사 이름, 지정과 소송의 선후 관계, 양측 입장 표현은 여러 보도를 교차 검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