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가 미국 재산업화 이끈다"

젠슨 황이 투자자 개빈 베이커에게 X(옛 트위터)에서 남긴 답글이 여러 경제 매체에 발췌돼 헤드라인으로 쓰였다.

"AI is bringing manufacturing back to America and reindustrializing the nation after decades of offshoring."

"AI가 수십 년에 걸친 해외 이전 이후 미국에 제조업을 되돌려 놓으며 이 나라를 다시 산업화하고 있다."

황은 이 주장을 세 가지 근거로 뒷받침했다. 첫째, AI가 만들어내는 수요가 노후한 송전망과 지속가능 에너지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보조금이 아니라 시장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발전소·반도체 공장·데이터센터의 건설과 제조 분야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지난 6개월 동안 AI 스타트업들만 40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설 주체들을 향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자신의 고향에 건설하고, 신뢰를 얻고, 지역 이익을 창출하라는 당부도 함께 남겼다.

4000억 달러는 무엇을 가리키나

규모 자체는 근거가 있다. 피치북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미국 벤처투자 거래액은 4127억 달러였고, 이 중 AI 기업이 3559억 달러를 차지해 벤처 투자 1달러 중 86센트가 AI로 흘러갔다. 크런치베이스의 전 세계 집계는 이보다 커서 상반기에만 5100억 달러로, 이미 2025년 연간 총액인 4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황이 말한 4000억 달러는 대략 전 세계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와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포는 다른 문제다. 오픈AI는 상반기에만 1220억 달러, 앤트로픽은 956억 달러를 유치해 두 회사가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43%를 차지했다. 대략 계산하면 나머지 모든 AI 스타트업을 합쳐도 이 두 회사의 합계에 못 미친다. "AI 스타트업 투자 4000억 달러"를 전국적인 재산업화의 근거로 삼으려면, 그 사이의 간극은 듣는 사람이 스스로 메워야 한다.

글에서 빠진 전기요금 이야기

이 글이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야말로 이번 건설 붐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관문이다. 2020년 이후 미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당 12.76센트에서 17.44센트로 36% 넘게 올랐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버지니아주에서는 최근 1년 사이 가정용 전기요금이 13% 이상 뛰었다. 중부 대서양과 중서부 13개 주를 관할하는 송전망 PJM은 2025~26 공급연도 용량시장 가격이 174% 급등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이미 나타났다. 뉴욕주는 7월 대형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주 전역에서 일시 중단했고, 뉴저지주는 6월 30일 요금 보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앞선 신호는 2025년 선거였다. 뉴저지와 버지니아 양쪽 주지사 후보 모두 "전기요금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둘 다 당선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보조금이 아니라 시장의 힘으로"라는 발언은 "새로 늘어나는 전력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백악관은 이미 PJM 관할 여러 주와 테크 기업이 신규 발전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협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1월 자사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기요금을 끌어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건설 일자리와 제조업 일자리는 다르다

황이 나열한 일자리 유형은 나눠서 봐야 한다. 발전소·반도체 공장·데이터센터의 건설 일자리는 실제로 늘고 있지만, 이런 일자리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 건설 기간에는 노동집약적이지만 가동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건설 정점기에 보통 10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되지만, 가동 이후 상주 운영 인력은 대개 수십 명에서 100~200명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공장의 운영 인력은 데이터센터보다 두텁지만, 요구되는 학력과 기술 수준도 훨씬 높다.

이는 공장 하나가 수천 명을 고용하며 작은 도시 하나를 떠받치던 지난 세기의 제조업과는 다른 형태의 고용이다. 이 둘을 '재산업화'라는 같은 단어로 묶으면 일자리 밀도까지 같다고 오해하기 쉽다.

엔비디아의 입장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 데이터센터가 많이 지어질수록 자사 칩이 더 많이 팔린다. 이번 발언이 나온 시점은 엔비디아 주가가 5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려던 참이었다.

참고 출처: 젠슨 황 본인의 소셜미디어 발언, BusinessToday, CocoLoop 편집부 정리, 피치북과 크런치베이스의 투자 통계, CNBC와 포춘의 전기요금 보도. 4000억 달러 규모, 상반기 미국 벤처투자 중 AI 비중 86%, 가정용 전기요금 12.76~17.44센트 구간, PJM 용량시장 가격 174% 상승은 각각 확인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