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옛 트위터) 사용자 Angel(@Angaisb_)이 공개한 데모 영상에서는 1993년작
데모 무대는 컴퓨터과학 교육용 퍼즐 게임 'Turing Complete'다. 플레이어는 낸드 게이트에서 출발해 레지스터와 산술논리연산장치(ALU)를 한 단계씩 쌓아 올려 결국 명령어를 실행할 수 있는 완전한 컴퓨터를 완성한다. 샌드박스 모드는 게이트 단위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며, 모든 논리 소자를 직접 배선해야 한다. Codex-R32는 이 환경에서 기본 논리 소자부터 쌓아 올린 결과물로, 모델은 회로를 설계했을 뿐 아니라 이에 맞는 어셈블리 코드까지 작성했다.
구동된
RV32IM이라는 네 글자의 무게
명령어 집합 선택은 이번 작업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RV32IM은 RISC-V의 서브셋으로, 32비트에 기본 정수 명령어, 그리고 곱셈·나눗셈을 처리하는 M 확장이 포함된다. 이를 선택한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PureDOOM은 표준 C 코드로, 성숙한 컴파일러 백엔드를 갖춘 대상 플랫폼이 필요했고, RISC-V가 이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이 CPU가 공개 규격을 엄격하게 구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명령어 하나라도 경계 조건 처리를 잘못하면 게임은 타이틀 화면조차 띄우지 못한다.
Angel의 소감은 짧았다. 모두가 요청했던
이것을 'AI의 반도체 설계'라 부를 수 있을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여기 있다. 'Turing Complete' 속 게이트 단위 시뮬레이션과 실제 반도체 설계 사이에는 산업 하나가 통째로 놓여 있다. 실제로 양산 프로세서를 만들려면 타이밍 클로저를 통과해야 하고, 클럭 트리와 전력 도메인을 다뤄야 하며, 실제 공정 라이브러리 위에서 배치·배선을 해야 하고, 정형 검증과 수만 건 규모의 회귀 테스트를 거쳐야 하며, 파운드리의 DRC 규칙과도 맞춰야 한다. 이런 과정은 게임 샌드박스 안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뮬레이터가 제공하는 것은 이상적인 소자와 지연 없는 배선뿐이다.
따라서 이번 데모가 증명한 것은 모델이 반도체 엔지니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증명된 것은 다른 것이다. 규칙이 명확하고 피드백이 즉각적인 형식화된 환경에서라면, 모델은 게이트 회로·마이크로아키텍처·명령어 집합 구현·어셈블리 툴체인이라는 여러 추상화 계층을 넘나드는 설계를, 어느 한 층에서라도 오류가 나면 최상위 층에서 바로 드러나는 조건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완성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계층 간 일관성이야말로 기존 벤치마크로는 가장 측정하기 어려웠던 능력이다.
30년 넘게 이어진 하나의 의식
'
이번에 표적이 된 것은 AI가 생성한 설계였다. 30년 전에는 하드웨어가 이름값을 하는지 검증하는 데 쓰였고, 지금은 모델의 결과물이 이름값을 하는지 검증하는 데 쓰인다. 검증 방식은 그대로다. 검증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다.
참고 출처: Tom's Hardware, 제작자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데모 영상 및 설명, CocoLoop; CPU 이름, 명령어 집합 서브셋 표기, PureDOOM 이식판 버전, 시뮬레이션 환경 명칭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