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원 가짜 싱크탱크, AI에 보고서 124건

가디언이 8월 26일 보도한 조사 기사가 Hanover Institute for Public Policy라는 미국 싱크탱크의 실체를 파헤쳤다. 파헤쳐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관할권에도 법인 등록 기록이 없고, 웹사이트에는 사무실 주소가 없으며, 직원 명단도 없고, 보고서에는 서명한 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있는 것은 생산량뿐이었다. 8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 동안 이 사이트는 보고서 124건, 합계 50만 단어 이상을 쏟아냈다. 전부 친이스라엘 입장을 취한 내용이었다. 주제는 대량학살 의혹, 전쟁범죄, 팔레스타인 수감자 고문, 가자지구 기아 상황까지 걸쳐 있었는데, 하나같이 국제 인권단체들이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다.

모델에게 보여주기 위한 학술적 외피

보고서의 편집과 문체는 정책 연구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중립적인 어조, 각주, 출처 표기까지 갖췄다. 가디언은 하나의 반복 패턴을 짚어냈다. 인권단체가 대량학살이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 내놓은 조사 결론을 다룰 때, 보고서 20건이 똑같은 논리로 물타기를 했다는 것이다. "아직 어떤 법원도 이 혐의에 대해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는 식이다. 검증 가능한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결론의 무게를 희석시키는 장치다.

연구원 닉 클리블랜드스타우트의 평가는 짧았다.

"It succeeds in masquerading as very academic."

의역하면, 매우 학술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 작업을 과거 소셜미디어 여론 조작 캠페인과 구분 짓는 건 겨냥하는 대상이다. 이 사이트는 AI Story Optimization이라는 상용 서비스 위에서 운영된다. 판매 포인트는 노골적이다. ChatGPT, Perplexity, Claude, Gemini 같은 시스템이 당신을 인용할 가능성을 높이도록 콘텐츠를 최적화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 독자 수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모델에게 긁혀서 답변의 인용 목록에 오르는 것 자체가 제품의 목표다.

SEO에서 AEO로, 실전 사례

검색 시대의 콘텐츠 농장은 키워드 밀도와 백링크로 검색 결과 상위 10위를 노렸다. 이번엔 노리는 대상이 바뀌었다. 모델이 답변을 합성할 때는 권위 있어 보이고, 구조가 정돈돼 있고, 인용 형식을 갖춘 출처를 찾는다. 싱크탱크로 위장한 사이트는 이 형식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9일 만에 50만 단어를 쏟아낸 속도도 이렇게 설명된다. 필요한 건 범위와 일관성이지, 누군가 끝까지 읽어주는 게 아니다.

이런 수법을 잡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가짜 뉴스를 지어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고서 속 사실 대부분은 실제로 맞아떨어진다. 손을 댄 것은 프레이밍과 비중이다. 팩트체크 도구는 이런 자료 앞에서는 거의 무력해진다. 검증 가능한 부분이 전부 사실이기 때문이다.

등록 서류가 자금 흐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사안이 확인된 건 준법 서류 한 건 덕분이다. 뉴욕의 미디어 제작사 Piro Inc가 이번 달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미 법무부에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 자료들을 이스라엘 정부를 대신해 배포한 콘텐츠로 등록했다. 1938년 제정된 이 법은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신원 공개를 의무화한 것으로, 원래는 신문 광고와 로비 활동을 겨냥했다. 지금은 모델을 위해 쓰인 텍스트 뭉치에 라벨을 붙이는 데 쓰이고 있다.

Piro 공동창업자 로젠버그는 이 작업을 두고 "place accurate, sourced facts", 즉 정확하고 출처가 있는 사실을 배치하기 위해 고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해명은 가디언의 취재 결과와 딱히 충돌하지 않는다. 양쪽 다 같은 일의 서로 다른 면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모델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 문제는 검색(리트리벌) 단계에 있다. 도메인이 새롭고, 법인 실체가 없고, 저자 이름도 없고, 9일 만에 50만 단어를 생산한 사이트라면 전통적인 권위 신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모델의 검색 순위가 구조화와 인용 형식을 선호할 때, 같은 특징이 오히려 가점 요소로 뒤집힌다. 대략 계산하면 보고서 124건을 9일에 나누면 하루 10여 건, 4만 단어가 넘는다. 실제 싱크탱크에는 비현실적인 생산량이지만, 콘텐츠 생산 라인에는 일상적인 설정일 뿐이다.

이미 여러 기업이 'AI 가시성'을 정당한 사업으로 팔고 있고, 고객 명단 대부분은 추천받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이다. 이번 사례가 다른 점은 누군가 같은 도구 세트를 외교적 내러티브에 겨눴다는 것, 그리고 법적 요건 덕분에 이번엔 신고 기록이 남았다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이런 기록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참고 출처:CocoLoop, 가디언 조사 보도, Arab News, Cybernews, 미 법무부 FARA 신고 기록. 보고서 건수, 단어 수, 신고 주체는 공개 보도를 바탕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