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haFold, 바이러스 2800종 복합체 구조 추가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산하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EMBL-EBI)는 9월 24일, AlphaFold 데이터베이스에 바이러스 단백질 복합체의 3차원 구조 예측 데이터를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2800종이 넘는 바이러스로, 데이터베이스에 새로 마련된 '팬데믹 대비 포털(Pandemic Preparedness Portal)'을 통해 무료로 검색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이번 결과물은 여러 기관의 공동 작업이다. EMBL-EBI, Google DeepMind, 엔비디아 외에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스위스생물정보학연구소, 글래스고대학교가 참여했다. 구조 예측에는 DeepMind의 AlphaFold2가 쓰였고,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추론 런타임 'BioNeMo'로 속도를 높였다. 이 구조 예측 파이프라인은 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이번 데이터에 담긴 내용

대상 바이러스를 고를 때는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과를 우선했다. EMBL의 발표는 두 가지를 콕 집어 언급했다.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와, 원숭이두창(엠폭스) 같은 신흥 위협이다.

기존의 단일 단백질 예측과 달리, 이번 데이터는 복합체, 즉 여러 단백질이 어떻게 결합해 기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고 세포 안에서 복제하는 과정의 상당 부분은 단백질 간 결합에 의존한다. 엔비디아 블로그에 따르면 새로 추가된 단백질 상호작용 가운데 약 30%는 실험이나 문헌 기록이 전혀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한다.

"This dataset is an engine for hypothesis generation."

3월에서 9월까지

시간순으로 보면 이번 발표는 같은 팀이 올해 두 번째로 내딛은 걸음이다. 지난 3월 16일 EMBL-EBI, DeepMind, 엔비디아, 서울대학교가 처음으로 AlphaFold 데이터베이스에 복합체를 추가했다. 당시 약 3000만 개를 예측해 고신뢰도 동종이량체 170만 개를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올렸고, 신뢰도가 다소 낮은 약 1800만 개는 내려받기용으로 공개했다. 대상 범위는 사람을 포함한 중점 종 20개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중점 병원체 목록이었다.

반년이 지난 이번에는 참여 명단에 CEPI 같은 방역 기구와 바이러스학·생물정보학 계열 대학 몇 곳이 추가됐고, 대상도 '중점 종'에서 '바이러스'로 좁혀졌다. 용도도 더 분명해져 백신과 신약 개발이라고 명시했다. 발표 시점에도 계산이 있었다. EMBL 발표에 따르면 9월 25일 유엔총회에서 팬데믹 예방·대비·대응에 관한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데, 데이터는 그 하루 전에 공개됐다.

엔비디아 블로그는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의 추산도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19급 팬데믹을 다시 겪을 확률은 약 50%다.

사용 전에 알아야 할 한계

EMBL은 이번 발표에서 데이터의 한계를 분명히 그어뒀다. 구조 예측만으로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결과를 추정할 수 없고, 숙주와 병원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도 판단할 수 없다. 바이러스의 독성이나 전파력이 변했는지 여부는 더더욱 판단할 수 없으며, 어떤 결론이든 결국 실험실 검증으로 돌아가야 한다. 글래스고대학교 분자바이러스학 교수 조 그로브(Joe Grove)의 말은 직설적이다.

"A protein complex structure alone doesn't tell us what happens when a virus mutates."

바이러스 구조 데이터 공개가 생물안전 위험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발표문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선별 과정에서 고위험 병원체를 의도적으로 제외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데이터 라이선스 조건 역시 이번 EMBL 발표에는 명시되지 않았다.

중국 내 구조생물학·백신 개발팀 입장에서는 이 데이터를 곧바로 내려받아 쓸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 어려운 부분은 그다음 단계인 습식 실험 검증으로, 이 단계에서는 AI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참고 출처: EMBL-EBI 공식 발표,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 CocoLoop, Nature 뉴스. 바이러스 종수, 신규 상호작용 비율 30%, 예측 총량 2억 6000만 건은 EMBL 및 엔비디아 발표 기준이다.